베르사유의 장미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조차 그들의 뜨거운 사랑은 삼키지 못한다!’ 대대로 왕가의 군대를 지휘하는 유서 깊은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 남자로서 살아가야 했던 오스칼. 오스트리아의 왕녀로, 루이 16세의 왕비가 되지만 형장의 이슬로 쓸쓸하게 사라진 비운의 마리 앙뜨와네트. 스웨덴 고귀한 가문의 맏아들로, 막대한 권력과 재산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을 버리는 페르젠. 18세기 중반 유럽의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장차 프랑스의 베르사유에서 만나게 될 이들 세 사람의 운명의 소용돌이가 시작된다.
《마리앙뜨와네트 베르사이유의 장미》(Marie Antoinette, Die Rosen von Versailles)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인ㆍ소설가이자 세계 3대 전기 작가 중 하나인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가 1932년 발표한 비운의 왕비 마리앙뜨와네트 평전이다.
오스트리아 공주로 태어나 동맹을 위해 적국 프랑스 왕비가 되었고 결국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단두대에서 삶을 마감했던 극적인 삶으로 인해 많은 예술 작품의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마리앙뜨와네트라는 역사적 인물을 슈테판 츠바이크는 "영리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으며 선을 위해 앞장서지도 악을 행할 의사도 전혀 없는 평범한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1932년 발표된 이 평전은 스터디셀러로 6년뒤 1938년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됐으며 이후 다큐멘터리와 영화, 만화등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된 후대 작품의 참고 서적이 됐다. 국내에서는 1979년 처음 번역되어 출간됐으며, 문학과 논술의 연계가 강화되며 프랑스혁명과 관련된 문학작품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불행 속에서야 겨우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혁명 직전, 마리앙뜨와네트는 편지글에 다음 문구를 남겼으며 세상 물정 모르던 공주였지만 위기가 닥쳐오자 점점 성숙해졌고, 최후에는 의연한 태도로 기품있는 왕비로서의 위엄을 보여줬다.
등장인물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Oscar François de Jarjayes)
씩씩한 여장부이다. 딸만 있는 백작 집안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 자르제 프랑스 육군 대령이 검술을 가르치는 등 따님을 아들처럼 키웠다. 씩씩한 아들을 키우고 싶었던 욕심을 따님인 오스칼에게 투영한 것.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답다는 말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남녀노소, 사회계급을 막론하고 사랑을 받는 미녀. 또한 검술, 사격, 승마 등 무인으로서의 능력은 기본이고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동아시아의 한자처럼 학식이 깊은 엘리트들이 쓰는 학문언어인 그리스어, 라틴어 등 6개 국어 능력과 바이올린,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등 악기도 잘 다루는 등 팔방미인. 동전 한 닢 가지고 다니지 않을 정도로 청렴결백하며, 낮은 신분의 사람들을 도와주는 따뜻한 성품을 지녔다. 백작 집안 출신의 군인으로 사관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근위대장 시절 황태자비인마리앙뜨와네트와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으며, 천연두로 승하한 시아버지 루이 15세의 첩이 성매매 여성출신이라는 사실에 깊은 혐오감을 느끼는 마리를 보면서 '이분은 여왕으로서 기품이 있으시다'라고 감탄했다. 로잘리의 첫사랑이며, 부하 군인인 제로델의 짝사랑 상대이다.
마리앙뜨와네트의 총애로 근위연대장이자 여백작 지위로 임명되지만, 흑기사 사건 이후 사임하고 프랑스 위병대로 옮긴다. 한때 페르젠을 짝사랑을 했지만, 단념하고 후에 항상 자신의 곁에 있던 앙드레를 사랑한단 걸 깨닫는다. 군법을 존중하는 강직한 군인이지만, 안하무인인 귀족들을 "귀족이 평민들에게 본을 보이지 못한다","철없는 어린이를 죽이다니"라며 비판할 정도로 싫어하고, 평민들의 피폐한 생활을 겪게 된 후 아버지와 갈등하다 프랑스 평민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고 혁명에 가담한다. 바스티유 습격 당시 혁명군 편에서 포격을 지휘하다가 적군이 쏜 총탄에 전사한다.
앙드레 그랑디에(André Grandier)
자르제 가문의 하인으로, 오스칼을 돌봐온 유모의 손자이다. 오스칼과는 어릴 적부터 같이 자라 신분은 다르지만 친구처럼 지내왔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고 곁에 머물면서 함께한다. 흑기사 사건 때 오스칼을 대신해 가짜 흑기사 역을 하다 한쪽 눈을 실명하고 결국 양쪽 눈 모두 실명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오스칼은 앙드레가 실명한 것을 알고 있었고, 앙드레도 이를 느끼지만 서로 모르는 척해주는 장면이 있다. 앙드레의 초상화를 화가가 그려서 가져왔는데, 이를 본 앙드레가 보이지도 않으면서도 감상하는 척하고, 오스칼은 앙드레가 마음이 상할까 봐서 눈물을 흘리며 맞장구를 쳐 주는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오스칼이 위병대로 옮기자 자신도 위병대에 입대한다. 앙드레의 사랑은 결국 오스칼에게 받아들여져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지만 혁명에 가담하다가 적군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다.
마리앙뜨와네트(Marie Antoinette)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막내 공주. 다정한 성격이지만 철이 없다. 어린 나이에 정략 결혼으로 프랑스 왕가에 시집와 앞으로 닥칠 운명을 예견하듯 첫날부터 문화적인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남편인 루이 16세에게 그다지 사랑을 느끼지 못하다가, 스웨덴 귀족 페르젠과 밀회를 하기도 한다. 비참한 생활을 하던 프랑스 민중들에게 외국인이자 여성인 마리는 증오심의 표적이 되고, '목걸이 사건'을 계기로 증오는 극에 달한다. 혁명이 발발한 후 탕플 탑에 갇혀 있다가 단두대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형을 당했다. 오스칼과는 친구 사이로, 오스칼이 논리적인 제안을 하면 귀담아듣는다. 귀족들이 자신들의 수탈로 비참한 삶에 빠진 민중들의 처지를 알게 될 것을 두려워하여 알현을 금한 적이 있다. 오스칼은 언권을 청한 뒤 "두 분이 알현을 하셔서 민중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신다면 민중들이 두 분을 존경할 것입니다."라고 제안하자, 마리와 루이 16세는 오스칼의 말을 존중하여 민중들을 만난다.
한스 악셀 폰 페르젠(Hans Axel von Fersen)
마리앙뜨와네트의 정부. 한때 오스칼의 첫사랑 이기도 하다. 스웨덴의 귀족으로 유학차 프랑스를 방문했다가 가장무도회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와 사랑에 빠진다. 마리앙뜨와네트가 왕비가 되자 스캔들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미국 독립 전쟁에 참전하지만 후에 돌아와 왕당파로서 왕비의 곁을 지킨다. 왕비가 죽은 후 민중을 증오하여 독재를 하다가 혁명이 일어나 민중에게 피살된다.
플로리안 빅토르 클레망 드 제로델 (Florian Victor Clement de Gerodelle)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자와의 근위대장직을 두고 대결하는 걸 찜찜해 여기나 오스칼이 (근위대장을 하고 싶지 않으면서 무인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먼저 검술 대결을 신청하지만 제로델이 패해서 루이 15세에게 오스칼이 근위대장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한다. 반면 만화책에서는 어릴 때 오스칼에게 키가 작다는 말로 자존심 상했고, 오스칼이 사관학교에 들어간단 소식을 듣고 제로델이 먼저 검술 대결 신청했지만 제로델이 패했다. 초반에 비중이 없었지만 중반에 들어서 오스칼에게 청혼을 한다. 오스칼을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던 듯하다. 만화책에선 아버지 자르제 장군은 반색을 하며 기뻐하고 오스칼도 (청혼하는 귀족들을 물리치려고 무도회 망친 후)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고 키스까지 갈 뻔했다가 오히려 앙드레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거절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틈만 나면 오스칼을 찾아와 청혼하지만 오스칼은 한결같이 단호하게 거절한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만화책에서나 똑같이 오스칼의 거절에 물러나지만 후에 반역자와 반역자를 잡으러 온 왕실 근위대 소속 무관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오스칼에게 거절을 당했지만 오스칼을 계속 사랑해서 당신에게 손을 대느니 차라리 반역자가 되겠다고, 지금 물러가는 것은 당신에 대한 단 하나의 사랑의 증표라며 검을 거두고 퇴각했다. 에피소드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다른 나라로 잠시 도피했다가 페르젠의 여동생 소피가 말리는데도 오스칼이 혁명에 참가한 이유를 알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왔다가 단두대에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
로잘리 라 몰리에르(Rosalie La Morlière)
귀족 부인의 마차에 치어 어머니가 죽자 어머니의 복수를 결심한다. 로잘리의 어머니는 죽기 전 로잘리의 친어머니가 '마르티느 가브리엘'이라는 귀족 부인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오스칼의 어머니를 어머니의 원수로 착각하여 복수를 하려 하지만 오스칼에게 저지당한다. 사정을 들은 오스칼은 로잘리의 양어머니의 원수를 찾는 동시에 로잘리의 친어머니를 찾는 것을 돕기로 한다. 자르제 가에 머물면서 오스칼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오스칼과 함께 간 사교파티에서 양어머니의 원수가 폴리냑 백작 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마르티느 가브리엘은 폴리냐크 백작부인의 옛 이름으로, 백작부인은 로잘리의 원수인 동시에 친어머니였다. 진실을 알게 된 로잘리는 자르제 가를 떠나고, 베르나르 샤틀레의 아내가 된다.
폴리냐크 백작 부인(Duchess Julie de Polignac)
궁정 가수로 마리앙뜨와네트의 환심을 산 뒤 권력을 손에 쥔다. 로잘리 양어머니의 원수이지만 로잘리의 친어머니이기도 하다. 자신의 궁정 내 세력을 넓히기 위해 어린 딸 샤를로트를 롤랑공드과기결혼시키려 하지만 샤를로트의 자살로 실패로 돌아간다. 또 다른 딸인 로잘리를 협박하여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지만 로잘리가 달아나는 바람에 이용하는 데는 실패한다. 후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멀리해서 권력이 약화된다.
잔 발루아 드 라 모트(Jeanne Valois de la Motte)
로잘리 양어머니의 친딸로 로잘리의 이복 언니이자, '목걸이 사건'을 일으킨 주범이다. 로잘리와 함께 자랐으나 가난에 환멸을 느껴 집을 나온다. 거리에서 불랭빌리에 후작 부인(Marquise Boulainvilliers)을 만나, 그녀에게 자신이 발루아 가의 핏줄이라고 하고 후작 부인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된다. 후작 부인의 호의로 교양을 익힌 잔은 결혼을 약속한 니콜라스와 함께 집에 불을 질러 후작 부인을 살해하고 유서를 조작해 유산을 손에 넣는다. 돈으로 백작 부인의 작위를 산 잔은 궁정에 출입하게 되지만 왕비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후 왕비의 친구라는 거짓말로 로아이 추기경을 속여 160만 리브르에 달하는 다이아 목걸이를 손에 넣지만 결국 사기 행각이 들통나 체포된다.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투옥되지만 후에 탈옥하여 외국에서 회고록을 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 뒤, 오스칼이 있는 근위대에 의해 체포될 위기에 처하자 니콜라스가 폭탄을 터트려 함께 죽게 된다.
니콜라스 드 라 모트(Nicolás de la Mott)
잔의 남편. 오스칼의 지휘를 받는 군인이었으나 불성실한 태도로 오스칼의 눈총을 받았다. 아내인 잔과 함께 각종 악행을 저지르다 죽음을 맞는다.
루이 16세(Louis XⅥ)
마리 앙투아네트의 남편. 루이 15세의 손자로 마리 앙투아네트와 결혼할 당시에는 황태자의 신분이었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프랑스의 국왕이 된다. 국왕으로서의 책임감이 있어서 루이 15세의 서거가 임박하자 매우 두려워한다. 왕비와는 달리 검소하고 소박한 성품을 지녔지만 우유부단한 면모도 있다.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알랭 드 수아송(Alain de Soisson)
몰락한 귀족출신 프랑스 민병대 병사로 일반 병사들 사이에선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처음에는 귀족 여자인 오스칼을 상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비아냥대고 깔보지만,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병사들을 처벌하지 않고, 총살형에 처하게 될 때 구해주고, 민중의 마음을 헤아리는 오스칼을 사랑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혁명 이후 농사지으며 묵묵히 사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반면 프랑스혁명 이후 나폴레옹 제정까지를 다룬 작가의 후속작 《에로이카의 사랑을 담아서》에서는 계속 프랑스 위병 장교로 복무하며, 로잘리가 다른 여자를 소개해 주려해도 거절하며 오스칼을 잊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아가는 순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나폴레옹을 지지하고 그를 따랐으나 그가 독재의 길을 걷자 베르나르와 함께 암살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묘사된다.
베르나르 샤틀레(Bernard Châtelet)
파리의 신문 기자로, 귀족의 사생아이다. 귀족을 증오해 무도회를 노려 보석 등을 훔치는 흑기사로 활약하나, 오스칼에게 체포된 이후, 그를 대하면서 귀족에 대한 편견을 바꾸게 된다. 오스칼의 도움 요청에 도와주기도 하며, 후에 로잘리와 결혼하게 된다. 카미유 데물랭을 모델로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생 쥬스트 (Saint-Just)
로베스피에르를 숭배하는 젊은 혁명가. 과격한 자코뱅당원이었던 것으로 유명하지만 만화책 내에서는 베르나르 샤틀레의 집에 숨어사는 식객 정도로만 등장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오스칼을 죽이려 하거나 오스칼의 아버지인 자르제 백작에 총을 쏘는 등 온갖 악한 짓을 다한다.
루이 드 로앙 추기경(Cardinal de Rohan)
스트라스부르의 명문 출신이나 로마 가톨릭 고위 성직자로서는 지나치게 방탕한 성격인 탓에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그를 대단히 혐오하고 있었고 그 영향으로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그를 멀리했다. 당시 로안은 왕비의 환심을 사고 싶었지만 이미 마리 앙투아네트의 미움까지 받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왕비의 마음을 돌리고 싶어 했고, 결국은 잔느의 회유에 넘어가 목걸이 사건에 휘말리지만 무죄판결을 받는다. 프랑스 대혁명 이전 프랑스 교회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éon Bonaparte)
프랑스군 위병으로 코르시카섬 출신 에니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만화책에서는 오스칼과 잠시 스치는 장면이 나온다. 후에 그는 프랑스의 황제가 되는데 오스칼은 그가 제왕의 눈을 가졌다는 걸 알아봤다.